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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재편·사령탑 교체...코오롱그룹, 바이오 사업 쇄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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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min
Date of Registration
2023.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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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생과, 수처리제 사업 정리…인보사 등 신약개발 집중

코오롱제약, 플랫바이오 합병해 신약개발 도전…글로벌 진출 시동

인보사 살린 김선진 대표, 기업 내 제약·바이오 사업 수장으로 우뚝
 ▲ 코오롱 One&Only타워.

[데일리팜=정새임 기자] 코오롱그룹 제약·바이오 계열사가 새로운 수장과 함께 쇄신에 나섰다. 비주력 사업을 정리하고 바이오기업을 합병해 신약 개발에 집중할 계획이다. 김선진 신임 대표가 코오롱그룹의 신약 개발을 진두지휘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코오롱생명과학은 지난 28일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김선진 플랫바이오 대표를 신임 대표로 선임했다. 이우석 대표는 이날을 기점으로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이튿날 회사는 수처리제(Water Solutions, WS) 사업을 중단하기로 했다.

김 신임 대표는 코오롱제약 대표직도 맡는다. 김 대표의 플랫바이오를 코오롱제약이 흡수하면서다. 양 사에 따르면 플랫바이오 주식 1주당 코오롱제약 주식 2.38주로 산정해 상호 교환하는 방식으로 합병이 이뤄진다. 합병 예정일은 2023년 6월 1일이다.

플랫바이오 합병을 계기로 코오롱제약은 신약개발에 진출한다. 플랫바이오가 지닌 동소이식모델 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암종에서 신약 파이프라인을 개발할 계획이다. 합병 이후 코오롱제약은 전재광 코오롱제약 대표와 김 대표 각자 대표체제로 운영된다. 전 대표는 기존 코오롱제약의 제약사업 부문을 이끌고, 김 대표는 신약개발 부문을 이끌 예정이다.

◆코오롱생과 인보사 임상 속도·코오롱제약도 신약 도전

코오롱그룹의 제약바이오 사업이 분위기 전환을 꾀하고 있다. 비주력 사업 정리, 바이오기업 합병으로 신약 개발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코오롱의 제약바이오 사업은 코오롱생명과학과 코오롱제약, 코오롱티슈진, 코오롱바이오텍을 통해 이뤄진다. 그간 신약 개발은 코오롱생명과학에서만 이뤄졌다. 코오롱티슈진은 코오롱생명과학과 함께 글로벌 임상개발을 담당하는 미국 법인이며, 코오롱제약은 전통적인 제약 활동을 벌이고 있다. 코오롱바이오텍은 지난 2020년 12월 코오롱생명과학의 바이오제조부문이 물적분할해 만들어진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전문 기업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케미컬 제조와 바이오 신약 개발이라는 두 개 사업부로 나뉜다. 케미컬 사업부문은 매출을 담당하는 사업부로 원료의약품을 제조하는 의약사업, 그리고 향균제(Specialty Chemicals, SC)와 수처리제(WS)로 대표되는 기능소재 사업으로 구성된다. 바이오 신약을 개발하는 바이오 사업 부문은 글로벌 3상을 진행 중인 '인보사'를 비롯해 신경병증성 통증 신약 등 세 개 파이프라인을 갖고 있다.

 ▲ 자료: 금융감독원

코오롱생명과학은 올해 바이오 신약 개발에 주력하기 위해 비주력 분야인 수처리제 사업을 정리하기로 결정했다. 수처리제 사업 매출은 2021년 기준 332억원으로 전체 매출액의 20%를 차지한다. 사업 중단으로 단기적인 매출 감소가 불가피해졌다. 회사는 "최근 수처리제 사업 환경과 실적이 지속적으로 악화되며 사업을 축소해오다 중단을 결정했다"며 "사업 중단으로 일시적인 매출 감소를 감안해야 하지만 원료의약품 수출 등 다른 매출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어 큰 무리는 없을 것이라 판단한다"고 말했다.

대신 회사는 진행 중인 신약 임상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코오롱그룹 관계자는 "인보사 글로벌 3상이 순탄히 진행되고 있어 올해 말까지 환자 투약을 완료할 것"이라며 "인보사로 세계골관절염학회에서 국내사로는 유일하게 초청을 받았고, 유효성과 부작용에 문제가 없어 2025년 상반기 임상을 완료하면 순탄히 신약 허가 절차를 밟을 수 있으리라 본다"고 말했다.

그간 개량신약과 제네릭 의약품을 제조·판매하며 내수시장 위주로 활동해온 코오롱제약도 플랫바이오 합병으로 신약개발사로 도약을 꾀한다.

플랫바이오는 2018년 설립된 바이오텍이다. 자체 신약 개발과 파트너사들과 공동신약 개발 프로젝트를 주축으로 성장했다. 플랫바이오는 독자 플랫폼으로 국내 기업 중 가장 많은 항암 타깃을 보유하고 있다. 췌장암, 난소암 등을 특이 표적하는 60여개의 신약 후보물질이다.

 ▲ 플랫바이오 동소이식모델(자료: 플랫바이오).

특히 플랫바이오의 동소이식모델 기술은 신약개발 가능성을 높이는데 주효한 핵심기술이다. 신약후보물질의 임상 진입을 결정하기 전 동물실험으로 효능을 가늠하는데, 일반적으로 쓰이는 이소이식모델은 종양을 피하주사해 피하에 형성된 종양에서 약물 활성화 정도를 확인한다. 실제 암 환자에서 종양이 자라고 전이되는 환경과 괴리가 크다. 동소이식모델은 실제 종양이 자라는 장기에 종양을 심어 약물의 효능을 판단한다. 동물실험에서 정확한 결과를 얻어 임상에서 약물 효능이 재현할 확률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코오롱제약이 부족한 신약개발노하우를 플랫바이오가 채우고, 플랫바이오가 부족한 자금여력을 코오롱제약이 메울 수 있어 양 사의 니즈가 맞아 떨어지며 합병이 성사됐다. 중장기적으로 신약 개발이 예상대로 진척돼 회사 가치가 높아지면 기업공개(IPO)도 검토할 예정이다.

코오롱그룹의 제약·바이오 재시동은 지난해 예견된 바 있다. 작년 6월 코오롱그룹은 바이오분야에 450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4500억원은 5년간 연구와 임상시험, 공정개발 등 신약개발에 필요한 투자금으로 쓰인다. '인보사 사태'로 약 3년 간 멈췄던 제약·바이오 사업을 재추진할 의지를 밝혔다. 코오롱그룹은 글로벌 임상으로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코오롱티슈진에 수백억원 자금을 수혈하기도 했다.

◆'인보사 임상재개' 주역 김선진 대표, 코오롱 신약개발 이끈다

코오롱그룹의 신약 사업 중심에는 김선진 신임 대표가 있다. 김 대표는 코오롱생명과학과 코오롱제약 대표로 신약개발을 총괄하는 한편 코오롱티슈진 최고의학책임자(CMO)로서 인보사 임상을 이끌어간다.

 ▲ 김선진 코오롱생명과학·코오롱제약 대표.
김 대표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과 동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국립암센터 객원교수를 거쳐 세계적인 암 센터로 꼽히는 미국 텍사스대 MD앤더슨 암센터 교수로 19년 간 일했다. 이후 산업계로 넘어와 한미약품 CMO&신약개발 총괄 부사장을 지냈다. 한미약품 퇴사 후 플랫바이오를 창립했다.

김 대표는 인보사의 미국 임상이 재개할 수 있도록 도운 주역으로 꼽힌다. 한때 '꿈의 신약'으로 불렸던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는 미국 3상을 진행하던 도중 핵심 성분이 변경된 사실을 확인하면서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임상중지 통보를 받았다. 이 여파로 국내에서는 품목허가가 취소됐다.

실패로 끝날 뻔 했던 인보사는 약 1년 뒤 FDA가 임상재개를 수용하면서 기사회생할 가능성을 열었다. 임상재개를 받는데 김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 인연을 계기로 김 대표는 2021년 6월부터 코오롱티슈진 CMO로 선임되며 글로벌 임상을 관리했다.

코오롱그룹은 김 대표가 신약개발사업을 총괄할 적임자로 판단, 코오롱생명과학과 코오롱제약 대표로 그를 선임했다. 인보사 초기 개발부터 상용화 여정을 함께 했던 이우석 전 코오롱생명과학 대표는 한발 물러나 고문으로 남는다.

코오롱그룹 관계자는 "김선진 대표는 코오롱생명과학과 코오롱제약 신약개발부문 대표, 코오롱티슈진 CMO로서 역할을 한다. 각사의 사업이 궤를 같이하고 있어 충분히 가능하리라 본다. 또 코오롱제약 신약개발부문은 김 대표가 플랫바이오를 이끌며 했던 역할을 그대로 이어가는 것이므로 기존과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김 대표는 MD앤더슨 암센터에서 오랜 기간 근무하며 탄탄한 해외 네트워크를 지니고 있다. 최근 싱가포르 바이오기업에 기술수출된 인보사의 추가 기술수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새임 기자 (same@dailypharm.com)